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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 학습된 무기력의 심리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흔히 "의지가 약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이 현상을 의지의 문제가 아닌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심리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1967년 실험을 통해 밝혀낸 이 개념은, 반복된 실패 경험이 개인의 행동 패턴을 어떻게 고착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무엇인가

학습된 무기력은 통제 불가능한 부정적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한 개인이 "내가 무엇을 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내면화하게 되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셀리그만의 고전적인 실험에서 개들은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반복 노출된 후, 나중에 실제로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회피 행동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는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직장에서 여러 번 승진에서 탈락한 사람이 이후 승진 기회가 왔을 때 지원조차 하지 않는 경우,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실패한 사람이 건강한 식습관 개선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과거의 실패 경험을 통해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인지적 패턴을 학습한 것이다.

반복되는 실수의 심리적 구조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세 가지 인지적 결핍을 보인다. 첫째, 동기적 결핍으로 시도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둘째, 인지적 결핍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탐색하지 못한다. 셋째, 정서적 결핍으로 우울감과 무력감이 지속된다.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실패를 내적이고(나 때문에), 안정적이며(항상 그래왔고), 전반적인(모든 영역에서) 원인으로 귀인한다. "나는 원래 의지가 약해", "어차피 나는 안 돼", "뭘 해도 잘 안 풀려"와 같은 사고방식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반면 성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외적이고(상황 때문에), 불안정하며(이번에만), 특정적인(이 영역에서만) 요인으로 귀인하는 경향이 있다.

통제감 상실과 자기효능감의 약화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이론은 학습된 무기력을 이해하는 또 다른 프레임을 제공한다. 자기효능감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의미한다. 반복된 실패는 이 자기효능감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며, 결국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통제감(Sense of Control)을 상실하게 된다.

예를 들어, 육아 과정에서 아이의 문제 행동이 반복되고 부모의 여러 시도가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 부모는 "나는 부모로서 무능하다"는 신념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양육 전략을 시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러 관계에서 비슷한 패턴의 갈등을 경험한 사람은 "나는 관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고 믿게 되고, 새로운 관계에서도 방어적이거나 회피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

학습된 무기력은 학습된 것이기 때문에, 재학습을 통해 변화가 가능하다. 셀리그만은 이후 연구에서 '학습된 낙관성(Learned Optimism)'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귀인 방식을 변화시키는 인지 재구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째,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 목표를 세분화하여 달성 가능한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의 성공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실패에 대한 귀인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 "나는 안 돼"가 아니라 "이번 방법은 효과가 없었다"로 사고를 전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셋째, 통제 가능한 영역에 집중한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 영역에서의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심리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귀인 스타일이나 통제감 수준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무기력을 느끼는지, 어떤 영역에서 자기효능감이 낮은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다.

일상에서의 적용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의지나 성격을 탓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학습 경험을 해왔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시도가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자신이 특정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질문해보자. "나는 이 상황을 정말 통제할 수 없는가?", "이번 실패가 나의 전체를 설명하는가?", "다른 방식을 시도해볼 여지는 없는가?" 학습된 무기력은 뇌의 신경가소성 덕분에 언제든 재학습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무기력이 영구적인 상태가 아니라 변화 가능한 패턴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